경기에 뛰지 않든, 경기에 뛰든 모두가 클린스만호 멤버이고, 국가대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2월 2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에 위치한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2-1 역전승을 해냈다. 또다시 극적으로 이긴 한국은 타지키스탄을 무너뜨리고 올라온 요르단과 4강에서 만나게 됐다.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프리킥 골을 넣은 손흥민, 엄청난 페널티킥 실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황희찬, 선방쇼를 보인 조현우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해서 받았다. 양현준도 인상적이었다. 강원FC에서 활약하며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받았고 한국 축구 미래를 책임질 영건으로 지목됐다.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가 선발, 교체를 오가며 활약 중이었다.

아시안컵 명단에 든 양현준은 2선 라인이 포화 상태라 출전이 어려웠다. 명단에 들었어도 출전은 하지 못했던 양현준은 호주전 후반에 들어갔다. 투입 당시 상황을 보면 0-1로 끌려가고 있었고 공격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김태환 대신 양현준을 투입했고 박용우를 내려 변칙 3백 전술로 돌아섰다.

양현준은 윙백으로 나서 경기를 소화한 것이다. 양현준은 날카로운 돌파를 선보이며 우측 공격 활성화를 이끌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어도 확실한 활약을 보여주면서 호주전 극적 역전승에 일조했다. 경기 후 양현준은 “갑자기 윙백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차두리 코치님이 빼앗겨도 좋으니 내 장점인 드리블을 자신 있게 하라고 해주셨다. 윙백은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잘했다고 해주셨다”고 윙백으로서 아시안컵 첫 경기를 소화한 소감을 밝혔다.

앞서 말했듯 양현준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뛴 적 없는 선수다. 0경기를 소화한 양현준이 호주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건 분명 울림이 있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다. 경기 뛰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오늘만큼은 벤치에서 경기 못하는 선수들에게 이렇게 관심을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양현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도 나라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한 팀으로서 같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차두리 코치를 중심으로 선수들에게 “언제 뛸지 모르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경기에 나서지 않은 송범근, 이순민, 문선민, 김주성, 김지수도 남은 2경기에서 양현준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선발에서 멀어지고 경기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외면을 할 게 아니라 경기에 뛰는 선수들만큼 응원을 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