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재입단' 김채원 리베로, 주전 못지않은 백업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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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31 10:58
[여자배구] 30일 페퍼저축은행전 교체 투입돼 13디그 맹활약, 기업은행 3-0 완승
기업은행이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을 제물로 2023년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30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7-25,25-16,25-12)으로 낙승을 거뒀다. 1세트를 듀스접전
끝에 힘들게 따낸 기업은행은 2,3세트를 여유 있게 가져오며 전날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 1-3으로 패한 3위 GS칼텍스
KIXX와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좁혔다(11승9패).
기업은행은 이날 감기로 결장한 표승주 대신 선발출전한 육서영이
56.67%의 성공률로 18득점을 올렸고 브리트니 아베크롬비가 블로킹 6개를 포함해 18득점, 최정민도 블로킹 3개와 함께
12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기업은행은 이날 2세트 중반부터 신연경 리베로 대신 김채원 리베로가 투입돼 경기를 마쳤다. 김채원
리베로는 이날 세트당 6.50개에 해당하는 13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백업 리베로로서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각 구단들의 다양한 리베로 활용법
▲ 수원시청에서 실업배구 최고의 리베로로 활약하던 김채원은 지난 7월 기업은행에 입단하며 프로무대에 재입성했다. |
배구에서 리베로는 세터와 함께 한 번 주전이 정해지면 부상 등의 이유가 아닌 이상 좀처럼 바뀌지 않는 포지션이다. 공격수와 달리 갑자기 컨디션이 흔들리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베로라고 해서 시즌 내내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법. 일부 구단들은 안정된 실력의 주전 리베로와 함께 두 번째 리베로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팀의 수비전력을 극대화한다.
두 번째 리베로를 가장 잘 활용하는 구단은 GS칼텍스다.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은 안정된 서브리시브를 자랑하는 한다혜를 제1리베로로 활용하고 파이팅과 순발력이 좋은 한수진 리베로를 제2리베로로 활용한다. 한다혜 리베로는 이번 시즌 45.69%의 리시브 효율로 문정원(56.16%),임명옥(55.3%, 이상 도로공사)에 이어 리시브 3위를 달리고 있다. 한수진 리베로는 뛰어난 순발력으로 결정적인 디그를 잡아내며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10년 넘게 국가대표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던 '미친 디그' 김해란 리베로(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본의 아니게 자신의 후계자(?)를 둘이나 배출했다. 도로공사 시절 김해란에 가려 원포인트서버 역할을 수행했던 오지영 리베로(페퍼저축은행)는 김해란의 부상을 틈 타 실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로 이적한 오지영은 이적 첫 시즌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됐다.
흥국생명에서는 도수빈 리베로라는 후임을 배출했다. 2016년 프로입단 후 백업을 전전하던 도수빈 리베로는 김해란 리베로가 '출산휴가'를 떠났던 2020-2021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다. 2021-2022 시즌 김해란 리베로가 복귀하면서 다시 백업으로 밀려났던 도수빈 리베로는 김해란이 무릎부상으로 이탈한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주전 리베로로 나서며 준수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반면에 두 번째 리베로의 활용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구단도 적지 않다. 도로공사는 임명옥 리베로가 건재하면서 백업 리베로 백채림과 김미진이 경기에 출전할 기회가 거의 없고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도 김연견 리베로에 대한 의존이 굉장히 높은 팀이다. 기업은행 역시 신연경이 지난 세 시즌 동안 단 3경기만 결장했을 정도로 팀 내 비중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30일 페퍼저축은행전을 통해 백업 리베로 김채원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실업배구 평정하고 프로 재입단한 리베로
▲ 김채원 리베로는 30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교체로 투입돼 13디그를 기록하며 팀의 완승에 기여했다. |
사실 김채원은 지난 2015-2016 시즌 신인 드래프트 출신으로 강소휘(GS칼텍스), 이한비(페퍼저축은행)와 입단 동기다. 목포여상 출신의 김채원은 2015-2016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1순위로 GS칼텍스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무대에서 지명순위는 곧 기회를 의미했고 김채원은 프로 입단 후 코트보다는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GS칼텍스는 나현정 리베로가 팀의 새로운 주전 리베로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었고 나현정 뒤로는 한다혜 리베로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2018년 나현정 리베로가 팀을 이탈하면서 기회가 찾아오는 듯 했지만 한다혜가 주전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GS칼텍스는 트레이드를 통해 김해빈 리베로(페퍼저축은행)를 영입했다. 그렇게 김채원 리베로는 2020-2021 시즌 GS칼텍스의 '트레블'을 지켜 본 후 팀을 떠났다.
프로 무대를 떠난 후 실업팀 수원시청에 입단한 김채원은 4월 한국실업배구연맹전과 7월 한국실업배구 단양대회에서 수원시청을 우승으로 이끌며 리베로상을 휩쓸었다. 그렇게 실업배구 최고의 리베로로 군림하던 김채원은 지난 7월 총액 5000만원(연봉 4000만원, 옵션 1000만원)을 받고 기업은행에 입단하면서 두 시즌 만에 프로 무대로 복귀했다. 신연경의 백업 리베로로 활약할 수 있는 프로 경험을 갖춘 선수로 김채원이 낙점된 것이다.
김채원은 4라운드 첫 경기까지 14경기에 출전했지만 신연경을 위협할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김채원은 신연경이 컨디션 저하로 2세트 중반에 빠진 30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교체 선수로 투입됐고 뛰어난 수비를 선보이면서 기업은행의 대승에 크게 기여했다. 실제로 이날 김채원이 기록한 13개의 디그는 자신과 비슷한 시간을 소화한 디그 1위 신연경(세트당 5.44개)보다 단 1개가 부족한 기록이었다.
2024년 1월 4일 흥국생명과의 새해 첫 경기까지 4일의 휴식일 동안 신연경이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새해 첫 경기 다시 코트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도 상위권의 흥국생명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려면 주장이자 주전리베로 신연경이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만약 다음 경기까지 신연경이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해도 김호철 감독은 크게 걱정하진 않을 것이다. 페퍼저축은행전을 통해 김채원이라는 좋은 백업 리베로를 발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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