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은 왜 '박정아 리시브' 고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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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6 11:19
페퍼저축은행은 왜 '박정아 리시브' 고집할까
흥국생명이 안방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제물로 파죽의 9연승 행진을 달렸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6,25-22,25-17)으로 승리했다. 지난 1일 페퍼저축은행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 풀세트까지 가며 고전했던 흥국생명은 나흘 만의 리턴매치에서 1시간 22분 만에 가볍게 승리를 따내고 승점 3점을 챙겼다(12승 1패).
흥국생명은 옐레나 므라제노비치가 39.13%의 성공률로 19득점, 김연경이 51.85%의 성공률로 17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다. 주장 김미연도 블로킹 2개와 서브득점 1개를 곁들이며 7득점을 올리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반면에 페퍼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14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리그 최고연봉(옵션 포함 7억 5000만원)을 받는 박정아가 10득점과 함께 리시브 효율 0.00%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황연주-임명옥-박정아, 현역 최다우승
▲ 박정아는 프로 입단 후 12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현역 선수 공동 1위에 해당하는 5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
현재 V리그에는 3명의 선수가 나란히 5회로 가장 많은 챔프전 우승경력을 가지고 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황연주는 V리그 원년부터 프로생활을 시작해 흥국생명의 첫 번째 전성기 시절 김연경과 함께 흥국생명의 쌍포로 활약하며 3개의 우승반지를 차지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일본진출 후 전력이 크게 약해졌지만 FA자격을 얻은 황연주는 2010년 현대건설로 이적해 2010-2011 시즌과 2015-2016 시즌 우승반지를 추가했다.
황연주의 드래프트 동기인 임명옥 리베로 역시 통산 5번의 챔프전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다. 루키 시즌이던 프로 원년 쟁쟁한 언니들 덕분에 정규리그 10경기서 단 14득점만 기록하고도 우승멤버가 된 임명옥은 2007-2008 시즌 리베로 전향 후 2개의 우승반지를 추가했다. 2015년 2월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로 이적한 임명옥은 2017-2018 시즌과 지난 시즌에도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 횟수를 5회로 늘렸다.
2007-2008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 KIXX에 입단한 배유나는 2007-2008 시즌과 2013-2014 시즌 GS칼텍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GS칼텍스를 떠나 도로공사로 이적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배유나는 이적 첫 시즌 도로공사가 최하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2017-2018 시즌과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하면서 통산 4개의 챔프전 우승반지를 갖게 됐다.
1981년생으로 V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인 정대영 역시 배유나와 마찬가지로 통산 4번의 우승경력을 가지고 있다. 2006-2007 시즌까지 현대건설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정대영은 2007년 FA자격을 얻어 GS칼텍스로 이적해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2014년 도로공사로 팀을 옮겨 2개의 우승경력을 추가했다. 도로공사에서 9시즌 동안 활약한 정대영은 지난 4월 '친정' GS칼텍스로 컴백했다.
한편 자타가 공인하는 여자배구 역대 최고의 선수 김연경은 2005-2006 시즌부터 2008-2009 시즌까지 프로 입단 후 네 시즌 동안 3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국내에 더 이상 적수가 없었던 김연경은 2009년부터 해외리그에서 활약했고 전성기 11년을 해외에서 보냈다. 국내에서 활약한 2020-2021 시즌과 2022-2023 시즌 우승의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했던 김연경은 이번 시즌 자신의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시즌 리시브효율 15%의 최고연봉선수
▲ 리그 최고연봉 선수 박정아는 수비와 서브 리시브에서는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
2010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IBK기업은행 알토스에 입단한 박정아는 기업은행에서 6시즌, 도로공사에서 6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통산 5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황연주, 임명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1986년생 황연주와 임명옥이 만 37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1993년생 박정아가 만 30세에 이룬 업적은 '대단하다'는 표현을 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더욱 대단한 사실은 박정아가 여전히 전성기 구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2연패 뒤 3연승이라는 믿기 힘든 '시리즈 리버스 스윕'으로 도로공사의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이끈 박정아는 김연경과 함께 FA시장의 양대산맥으로 꼽혔다. 김연경이 이적과 잔류, 그리고 은퇴까지 옵션에 두고 고민한 것과 달리 박정아는 영입과 동시에 확실한 공격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는 카드였다. 그리고 창단 후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페퍼저축은행이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7억 5000만 원을 투자해 박정아를 영입했다.
박정아에 검증된 외국인 선수 야스민까지 가세하면서 페퍼저축은행의 전력은 부쩍 상승했고 적지 않은 배구팬들이 이번 시즌 페퍼저축은행이 탈골찌를 넘어 리그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거라 전망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개막 후 13경기에서 최근 6연패를 비롯해 2승 11패에 그치며 7개 구단 중 독보적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박정아 역시 득점 12위(171점, 국내선수 4위)로 리그 최고연봉 선수다운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도로공사 시절 서브 리시브를 면제 받고 공격에 전념했던 박정아는 이번 시즌 서브 리시브에 참여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5일 흥국생명전에서도 박정아는 오지영 리베로 다음으로 많은 11번의 리시브를 시도했지만 리시브 효율은 0.00%였다. 박정아의 리시브가 흔들렸다는 것은 단순히 상대에게 많은 기회를 내줬다는 뜻이 아니라 팀의 수비리듬 전체가 흔들렸음을 의미한다. 흥국생명처럼 노련한 선수들이 많은 팀이 이 틈을 놓칠 리 없었다.
박정아의 서브리시브가 불안한 것은 기업은행 시절부터 꾸준히 지적되던 일로 배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박정아는 불안한 수비를 리그 정상급의 공격력을 통해 만회했고 기업은행과 도로공사도 박정아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팀을 운영했다. 하지만 조 트린지 감독은 시즌 15%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고 있는 박정아를 꾸준히 리시브에 참여시키고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페퍼저축은행이 얻은 결과는 13경기 승점 6점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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