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앞서가는 이재현-김세빈 독주 체제' V-리그 남녀부 신인상 경쟁 레이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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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0 00:29
V-리그가 후반부를 향할 때쯤이면 치열한 순위 경쟁만큼이나 팬들의 관심을 받는 경쟁이 있다. 바로 신인상 경쟁이다. 신인상은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V-리그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수많은 신인들 중 드물게 찾아오는 기회를 살려서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생애 단 한 번뿐인 영예다. 남녀부의 신인상 경쟁 구도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가장 유력한 선두 주자와 그 뒤를 쫓는 후발 주자는 누구인지 기록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지난 시즌과 정반대인 신인상 경쟁 양상
2022-2023시즌의 남자부 신인상 경쟁은 치열한 양강 구도로 전개됐다. 김준우(삼성화재)와 이현승(현대캐피탈)이 꽤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으면서 끝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김준우는 35경기·127세트에 출전해 203점·블로킹 69개·공격 성공률 52.61%를 기록했다. 최하위에 머물렀던 삼성화재에서도 함께 가라앉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현승은 26경기·94세트에 출전해 855개의 세트를 성공시켰다. 개인으로서의 존재감은 김준우에 비해 열세였을지 몰라도 1년차 세터가 이끈 팀이 정규리그 2위·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신인상 후보로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었다.
최종 승자는 김준우였다. 기자단 투표 31표 중 18표를 차지하며 13표를 얻은 이현승을 제치고 생애 한 번 뿐인 영예를 안았다.
반면 지난 시즌의 여자부 신인상 경쟁은 남자부에 비해 평이하게 흘러갔다. 압도적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시즌 초중반에 준수한 모습을 보인 최효서와 박은지(이상 당시 KGC인삼공사)의 집 안 싸움 구도가 형성됐다.
최효서는 노란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결장하는 동안 리베로 역할을 소화하며 코트를 밟았다. 다만 갑작스럽게 역할을 소화한 시즌이었던 만큼 기록은 빼어나지는 않았다. 22경기·51세트에 출전하며 리시브 효율 29.94%·세트당 디그 성공 2.059개를 기록했다. 박은지는 시즌 극초반에 과감한 경기 운영과 강력한 서브로 이목을 끌었지만 팀이 봄배구 진출을 위해 승점 1점에 목을 매야 했던 중반부 이후로는 이렇다 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게 아쉬웠다. 26경기·67세트에 출전해 124개의 세트를 성공시켰다.
내전의 승자는 최효서였다. 17표를 득표하며 박은지(8표)와 이민서(당시 페퍼저축은행, 6표)를 제쳤다.
그런데 이번 시즌의 신인상 경쟁은 지난 시즌과 정반대의 양상이다. 남자부는 지난 시즌의 여자부처럼 확실한 신인상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애초에 경기에 출전하는 신인의 수 자체가 많지 않다. 출전 기록이 있는 선수들도 원 포인트 서버나 블로커 정도로 코트의 분위기를 한 번 느껴보는 차원으로 출전한 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여자부는 지난 시즌의 남자부와 비슷한 구도가 형성될 조짐도 있었다. 시즌 초중반까지는 김세빈(한국도로공사)의 독무대였지만, 이윤신(GS칼텍스)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며 약간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무주공산이던 남자부 신인상 레이스, 우선 치고 나가는 이재현
남자부의 신인상 레이스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남자부의 순위 경쟁이 역대급으로 치열하게 진행 중인 부분을 꼽을 수 있다. 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신인 선수들을 기용하기는 쉽지 않다.또한 신인 선수들 중 부상에 시달린 선수들도 있었다. 1라운드 1순위로 선발된 이윤수(삼성화재), 고졸 얼리 최대어였던 윤서진(KB손해보험) 등이 부상으로 고생했다.
그러나 많은 감독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력 미달이다. 신인 선수들의 출전 여부를 물으면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 “몸이 덜 만들어졌다”, “대학 때와는 다른 배구를 해야 한다”와 같은 이야기들이 돌아온다. 코트에 나설 실력이 아직 안 되는 선수들에게 신인상 경쟁은 먼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이라도 코트를 밟은 신인 선수들 중에서 신인상을 노려볼 수 있는 선수는 존재한다. 우선 이재현(삼성화재)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24경기·66세트(이하 2월 19일 기준 기록)에 출전하며 신인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 원동력은 자신감이었다. 노재욱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기회가 와도, 부담스러운 원 포인트 서버 역할을 부여받아도 이재현은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호건의 군 입대가 임박한 상황에서 앞으로 이재현의 역할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주목할 만한 후발 주자로는 권태욱(KB손해보험)을 꼽을 수 있었다. 리베로와 아웃사이드 히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주로 홍상혁이나 리우 훙민의 리시브가 흔들릴 때 혹은 분위기 반전이 필요할 때 출전 기회를 얻었다. 11경기·16세트에 출전했고 리시브 효율은 34.88%를 기록했다. 그러나 권태욱은 훈련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하며 5라운드부터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시즌 내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다.
늦게나마 출사표 던진 이윤신, 그러나 여전히 굳건한 김세빈의 독주 체제
여자부 신인상 레이스의 경우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진행될 때 이미 신인상이 언급됐을 정도로 1라운드 1순위 김세빈(한국도로공사)의 독주 체제가 일찌감치 예상됐다. 선수 스스로도 드래프트 당시 신인상에 대한 욕심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네”라고 짧고 굵게 답한 바 있다.
시즌 초반부터 주전 미들블로커로 자리매김한 김세빈은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29경기·110세트에 출전해 154점을 올렸고, 세트당 0.573개의 블로킹을 잡아냈다. 블로킹 5위·속공 11위에 올라 있다.
물론 경기 내용을 세세히 살펴보면 아직 경험이 부족한 장면들도 눈에 보인다. 의도치 않게 서브 8초 룰을 어기는 장면이나, 노련한 상대 선수들의 블로커를 역이용하는 공격에 당하는 장면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봤을 때는 분명 탈 신인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김세빈에 대해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 잘하고 있는데 본인이 범실을 하면 나 때문에 팀이 진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면서 “엉뚱한 실수하지 말고 내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으면 한다. 안에 들어가서 내가 주인공이다는 욕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과감해졌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문정원은 “(김)세빈이는 나이에 비해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 시점에서 단연 신인상 후보 1순위다.
경기 도중 김세빈이 서브 범실을 한 뒤 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감독도 놀랐다. 김세빈은 “그 전부터 서브가 잘 안 들어갔고, 서브를 때릴 때마다 불안하고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야간 연습할 때도 잘 때리려고 하는데 잘 안돼서 고민이다”면서도 “더 잘해서 상을 받고 싶다”며 신인왕 욕심도 드러냈다. 김세빈은 지난 1월 12일 흥국생명전에서 6경기 만에 서브 득점을 올렸고, 득점 인정이 되는 순간 본인도 놀라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꾸준히 기회를 얻고 코트 위에 올라 더 단단해지고 있는 김세빈이다.
적수가 없을 것 같던 김세빈의 경쟁자로 떠오른 선수는 이윤신(GS칼텍스)이었다. 비시즌부터 베테랑 선배들과 관계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던 이윤신은 시즌 초중반부터 김지원의 백업으로 조금씩 출전 기회를 얻더니 4라운드의 몇몇 경기에서는 아예 김지원을 밀어내고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15경기·35세트에 출전해 210개의 세트를 성공시켰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손에 볼이 잘 들어오고, 나갈 때도 빠르게 잘 나가는 편”이라며 이윤신이 세터로서 가지고 있는 무기를 소개했다. 이윤신이 자신의 무기를 살려 김지원과 선의의 경쟁을 펼친 덕에 GS칼텍스는 안혜진이 복귀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한봄고 시절 김세빈도 중앙여고 유니폼을 입은 이윤신과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봤다. 고교 시절 이윤신을 본 김세빈은 “(이)윤신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상대팀 경기를 하면 토스도 빠르고 해서 쫓아다니기 힘들었다. 가끔씩 이것을 라이트로 올리나 생각하고 못 따라갈 때도 있었다. 윤신이도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물론 냉정하게 봤을 때 이윤신이 김세빈과의 신인상 경쟁에서 대역전극을 만들어 내거나 대등한 승부를 펼치기는 쉽지 않다. 1라운드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김세빈과는 출전 횟수부터가 다르고, 포지션 특성상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기도 어렵다. 결정적으로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두 선수의 팀내 비중 차이가 다시 꽤 벌어진 것이 크다. 그러나 별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도 없을 정도로 김세빈의 독주 체제가 이어졌던 여자부 신인상 레이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가 등장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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