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를 더하는 'KBL 신인왕' 경쟁 구도…박무빈-유기상의 팽팽한 기록-공헌도 대결
설 연휴 마지막날(12일) 열린 남자 프로농구 창원 LG-울산 현대모비스전은 관전 포인트가 풍부한 매치였다. 그러잖아도 '쌍둥이 더비'로 관심을 끌어왔는데, 경기 결과(현대모비스 98대95 승)에 따라 흥미로운 스토리가 잇달아 나왔다. 동생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3연패 끝에 형님 조상현 LG 감독에게 설욕 펀치를 날렸고, 한국농구연맹(KBL) 사상 처음으로 800승 고지에도 올랐다. 앞서 10일 부산 KCC전에서 수립한 최다 16시즌 연속 '전 구단 상대 승리'에 이어 연속으로 진기록을 작성한 셈이다.
LG의 '만원 관중 악연'도 등장했다.LG는 이번 현대모비스전에서 지난해 12월 24일 KCC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만원 관중을 기록했지만 모두 패배하며 징크스 염려증을 떠안게 됐다.
겉으로 드러난 관전 포인트 이면에 숨은 볼거리가 있었다. 신인 유기상(LG)과 박무빈(현대모비스)의 대결이다. 2001년생 동갑인 둘은 올 시즌 강력한 신인상 후보다. 전통의 대학 라이벌 고려대(박무빈), 연세대(유기상) 출신인 데다,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순위(박무빈), 3순위(유기상)로 뽑힐 만큼 가드 기대주로 꼽힌다.
12일 현대모비스전에서 중요한 득점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는 LG 유기상.
당초
신인왕 경쟁은 신인 드래트프 1순위 문정현(KT)을 포함한 3파전인 듯 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박무빈-유기상 2파전으로
좁혀지고 있다. 둘은 지난 12일 시즌 세 번째로 코트에서 만나 흥미로운 간접 대결을 펼쳤다. 1쿼터 기선 제압에 성공한 LG가
3쿼터까지 리드를 빼앗기지 않을 때까지만 해도 유기상의 '판정승'이었다. 유기상은 양홍석, 저스틴 구탕이 코트를 지배하는 가운데
클러치 상황에서 귀중한 득점포와 궂은 일로 '특급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마지막 완승은 박무빈의
몫이었다. 박무빈은 경기 종료 55.9초 전, 3점슛 위닝샷으로 재역전(93-90)을 이끈 데 이어 15초 전에는 자유투 2개로
'확인사살'을 했다. 이날 기록지를 보면 유기상 12득점- 3리바운드-1어시스트, 박무빈 15득점-4리바운드-8어시스트다. 경기
결과, 기록 경쟁에서 박무빈의 완벽한 승리인 듯 하지만 유기상의 숨은 공헌도도 무시할 수 없다. 이날 유기상은 상대 에이스
이우석의 매치업에 나서 2득점에 그치게 하는 등 궂은 일에서 보이지 않는 역할을 했다.
12일 LG전에서 위닝샷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박무빈.
이처럼
둘의 팽팽한 경쟁 관계는 시즌 내내 전개되고 있는 형국이다. 시즌 개막 전 부상으로 빠졌던 박무빈이 작년 12월 3일부터 뒤늦게
리그 데뷔하면서 더욱 그랬다. 현재까지 유기상은 총 40경기에 출전해 평균 7.6득점-2.0리바운드-0.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고, 박무빈은 23경기 9.2득점-3.0리바운드-4.4어시스트의 성적표를 냈다. 유기상은 이번 시즌 올스타전에서 신인 중
유일하게 올스타에 뽑혔고, 박무빈은 안준호 감독의 새 대표팀에 유일하게 선발되기도 했다.
올 시즌 '슈퍼루키' 경쟁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또 있다. 지난 2020~2021시즌 오재현(SK), 2021~2022시즌 이우석, 2022~2023시즌
아바리엔토스(당시 현대모비스)가 신인상을 받을 때는 사실상 '독주체제'였다. 게다가 둘을 보유한 구단간의 '대리전'도 뜨겁다.
LG와 현대모비스는 나란히 3명씩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역대 최초로 3시즌 연속 신인왕을 노리고 있다.
형제 감독은 물론이고 두 팀의 간판급 고참 선수들이 앞다퉈 그들의 신인을 '강추'하며 지원 유세를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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