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유로2024] 빠르게 과업을 수행한 전차군단, 독일이 다시 끓어오른다
차량으로 가득찬 도로 여기저기에서 흥겨운 박자의 경적이 울렸다. 주택과 아파트 발코니에는 대형 국기가 내걸렸고, 거리 곳곳에선 늦은 밤까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맥주로 목을 축이며 알 수 없는 내용의 응원가를 불러댔다. ‘전차군단’이 빠르게 과업을 수행한 20일(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크의 풍경이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이끄는 독일이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했다. 이날 슈투트가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헝가리와 대회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자말 무시알라(전반 22분)와 일카이 귄도안(후반 22분)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2연승으로 대회 첫 토너먼트 진출국이 됐다.
같은 날 3위 스코틀랜드(1무1패·승점 1)와 1-1로 비긴 2위 스위스(1승1무·승점 4)와 조별리그 최종전이 남았으나, 독일은 최소 조 2위를 확보했다. 반면 K리그1 울산 HD에서 활약하는 마틴 아담의 헝가리는 2연패로 탈락이 유력해졌다.
대회 공식 개막전에서 스코틀랜드를 5-1로 대파하며 기세를 올렸던 독일은 헝가리전에서도 압도적 경기력을 이어갔다. 모든 지표에서 잘 드러난다. 점유율은 63대37(%)에 달했고, 19차례 소나기 슛으로 10개에 그친 헝가리를 괴롭혔다. 팀 전체 활동거리도 112.9㎞였다. 헝가리는 109.3㎞에 불과했다.
주장 귄도안의 활약이 특히 눈부셨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후반 39분 데니스 운다프와 교체될 때까지 84분 간 피치를 누빈 그는 활동거리 9.9㎞, 86%에 달한 패스성공률로 헝가리를 완벽히 요리했다. 날카로운 볼 처리로 무시알라의 선제 결승골을 도왔고, 헝가리가 서서히 기세를 올리던 후반 중반에는 막시밀리안 미텔슈테트의 어시스트를 받아 직접 해결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토니 크로스와 중원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크로스와 2선 공격을 책임진 귄도안은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했다. 귄도안이 공격 깊숙이 가담하면 크로스가 재빨리 빈 자리를 채워주고, 크로스가 세트피스 등 공격 진영으로 향할 때면 귄도안이 그 뒤를 받쳐 공간을 커버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귄도안은 “우리는 서로를 완벽히 보완하고 있다”고 크로스와 찰떡 궁합에 대해 설명했다.
독일의 선전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마침내 긴 터널의 끝이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3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독일은 번번이 눈물을 쏟았다. 2018러시아월드컵에선 한국과 멕시코에 일격을 당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유로2020에선 16강에 그쳤다. 2022카타르월드컵에선 일본에 덜미를 잡혀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심지어 독일은 친선경기에서도 망신을 반복했다. 지난해 6월 폴란드와 콜롬비아에 패한 데 이어 9월에는 일본, 11월에는 튀르키예와 오스트리아에 잇따라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한지 플릭 전 감독은 9월 지휘봉을 내려놓았는데, 독일대표팀 감독이 경질된 것은 123년 만이다. 유로2024를 앞두고 자국 내에서 심드렁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본 무대가 열리면서 독일이 옛 위용을 되찾고 있다. 그들에게는 자존심과도 다름 없던 축구대표팀에 크게 실망해 잠시 등을 돌렸던 독일인들도 다시 관심을 갖고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역시 한숨을 돌렸다. 국제대회의 흥행은 개최국의 성적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축구에 살고 죽는 유럽이다. 서독 시절을 포함해 3개의 유로대회 트로피(1972·1980·1996년)를 보유한 개최국 독일의 질주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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