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전무후무 대기록' 도전... 의미 큰 '막판 뒷심'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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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 08:45
▲ 대한항공 주 공격수 임동혁-토미 감독(오른쪽) |
남자배구 대한항공이 V리그 역사상 최초이자 불멸의 대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이 슬금슬금 엿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미 2020-2021, 2021-2022, 2022-2023시즌까지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해 놓은 상태다.
V리그에서 '통합 우승'은 한 시즌에 정규리그 1위(우승)와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모두 달성한 경우를 말한다. 사실 한 팀이 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3년 연속 통합 우승은 역사에 남을 기록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대한항공(구단주 조원태)은 3년 연속 통합 우승도 모자라, 4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V리그 역사에 전무후무할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과연 앞으로 그 기록을 깰 팀이 다시 나올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출범한 V리그 20시즌 역사에서 3년 연속 통합 우승도 남녀부 통틀어 단 2번뿐이었다. 남자배구 삼상화재가 지난 2014년 4월 3일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2011-2012, 2012-2013, 2013-2014시즌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그리고 정확히 9년 만인 2023년 4월 3일 대한항공이 2번째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배구에선 2년 연속 통합 우승이 최고 기록이다. 그 기록조차 V리그 역사상 단 한 번밖에 없었다. '배구 황제' 김연경이 V리그 신인 선수로 맹활약했던 2005-2006, 2006-2007시즌에 흥국생명이 2년 연속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당시 김연경은 신인임에도 2시즌 연속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 공격상을 휩쓸었다.
봄 배구도 어려워보였는데... 무서운 '막판 뒷심'
4일 현재, 2023-2024시즌 V리그 정규리그 남자부는 1위 대한항공이 승점 67점(22승11패), 2위 우리카드가 63점(21승11패)을 기록 중이다. 대한항공이 다소 유리한 상황이다. 6일 열리는 대한항공-우리카드 맞대결이 정규리그 1위 싸움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에게 정규리그 1위가 중요한 이유는 통합 우승 여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1위를 하지 못한다면, 그 순간 4년 연속 통합 우승 기록도 무산된다.
올 시즌 대한항공은 중반부인 3라운드까지만 해도 3위에 머물러 있었다. 정규리그 1위는커녕 봄 배구 진출조차 녹록지 않아 보였다. 그만큼 남자배구가 1위~6위까지 역대 최고로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됐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시즌 후반부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5라운드에서 5승 1패를 기록하며, 1위 우리카드에 승점 1점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현재 진행 중인 6라운드에서도 3전 전승을 기록하며, 우리카드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 'V리그 최저'... '토털 배구 위력' 재증명
▲ 대한항공 선수들 경기 모습 (2024.2.14) |
대한항공이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것도 그만큼 매 시즌 '막판 뒷심'이 강력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된 핵심 이유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V리그 6개월의 장기 리그를 버텨낼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기량, 즉 '뎁스(선수층)'가 남녀부 14개 팀 중 가장 탄탄하다. 그리고 이는 외국인 감독들의 역량과 선수 기용 전술, 토털 배구 완성, 탁월한 국내 선수 육성이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최근 3년 연속 통합 우승 과정에서 모두 외국인 감독이 팀을 이끌었다. 지난 2020-2021시즌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산틸리(59) 감독, 2021-2022시즌부터는 핀란드 출신의 토미(37) 감독이 맡고 있다. 국내 프로구단이 4시즌 동안 외국인 감독에게 팀을 맡긴 것도 V리그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남자배구 세계 강국들이 추구하는 선진 배구, 즉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를 정착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V리그의 대표적 특징이었던 '외국인 선수 몰빵'을 과감하게 탈피했고, 국내 선수 육성 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기록으로도 여실히 증명된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V리그 남녀 14개 팀을 통틀어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가장 낮은 팀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팀 내 공격 점유율과 득점이 가장 낮다. 심지어 아시아쿼터 선수는 아웃사이드 히터임에도 팀 내 공격 점유율이 5%도 안된다.
반면, 국내 선수들이 팀 내 공격 점유율과 득점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주 공격수인 임동혁(25·201cm)은 4일 현재 공격 점유율 25.4%, 득점 521득점으로 팀 내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정한용(23·194cm)이 공격 점유율 15.4%, 득점 330득점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자부의 다른 6개 팀이 외국인 선수가 팀 내 공격 점유율과 득점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 현상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들만 경기를 뛰어도, 주전급 국내 선수 1~2명이 장기 결장을 해도 강팀들을 거뜬히 꺾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여자부에서는 국내 선수가 팀 내 공격 점유율과 득점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팀은 흥국생명 한 팀뿐이다. 김연경이 공격과 수비 모든 지표에서 외국인 선수들보다 크게 앞서 있기 때문이다.
주전 대부분 '원클럽맨'... 국내 선수 육성도 1등
대한항공은 '국내 선수 육성' 부분에서도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량이 좋은 국내 선수들을 외부에서 FA나 트레이드로 영입하지 않고, 팀 자체적으로 키워냈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남녀부를 통틀어 주전 멤버 중에 '원클럽맨'이 가장 많은 팀이다. 7개 포지션(리베로 포함) 중 6개 포지션의 주전 선수가 대한항공 원클럽맨이다. 원클럽맨은 신인 드래프트 때 지명된 팀에서 현재까지 쭉 활약하고 성장한 선수를 말한다.
아포짓 임동혁, 아웃사이드 히터 곽승석, 정지석, 정한용, 미들블로커 조재영, 김민재, 세터 한선수, 리베로 오은렬 등이 모두 대한항공 원클럽맨이다. 붙박이 주전 멤버 중 유일하게 미들블로커 김규민만 FA로 영입한 선수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주전 멤버들 중에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1~2순위로 지명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1라운드 후순위 또는 2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이다. 주 공격수인 임동혁도 1라운드 6순위, 정지석은 2라운드 6순위로 대한항공의 지명을 받았다.
대한항공 '외국인 감독 황금기'... 배구 선진화 이끌까
산틸리, 토미 두 외국인 감독도 임동혁, 정한용, 김민재 등 어린 선수들을 과감히 중용했고, 이들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될 정도로 급성장했다.
특히 임동혁의 성장세는 대표팀의 미래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V리그 대부분 팀들은 팀의 주 공격수 역할을 하는 아포짓 포지션을 외국인 선수에게 맡겨 왔다. 때문에 국내 아포짓 선수는 씨가 말라버린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한항공 외국인 감독들은 전혀 달랐다. 임동혁에게 트라이아웃 외국인 선수와 동등하게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이는 임동혁의 성장에 큰 발판이 됐을 뿐만 아니라, 아포짓 포지션을 임동혁과 외국인 선수가 당일 컨디션에 따라 번갈아 맡기 때문에 설사 외국인 선수 공백 사태가 벌어져도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V리그 장기 레이스에서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데도 큰 힘이 됐다.
대한항공의 플레이 스타일과 국내 선수 육성 부분은 장기적으로 남자배구 대표팀에게도 좋은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남녀 배구 대표팀의 국제대회 부진은 국내 선수들이 세계 배구 강팀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수행해낼 역량이 부족하고, 그걸 조장하는 V리그 플레이 시스템의 후진성이 가장 큰 이유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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