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은 왜 김하성 타석에 질렸을까… 스타 됐어도, 초심 잃지 않는 '진짜 스타'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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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 20:17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2024년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들어 매 경기 안타를 치거나 적어도 볼넷을 골라 출루를 했던 김하성이기에 만족스럽지 않은 하루였다. 게다가 인플레이타구를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누구는 단순히 시범경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김하성과 같은 주축 선수들은 더 그렇다. 어차피 한 경기 부진했다고 해서 자리를 뺏길 일이 아니다.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면 된다. 그러나 김하성은 달랐던 모양이다. 12일(한국시간) 시애틀과 경기에서는 오히려 타석에서의 집중력을 불태우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전 경기 부진을 깨끗하게 만회했다. 김하성은 김하성이었다.
김하성은 12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애틀 매리너스와 경기에 선발 5번 유격수로 출전해 2타수 1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전 경기에서 무안타 침묵에 그쳤던 김하성은 이날 안타를 다시 생산하면서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김하성은 첫 타석에서는 3루수 땅볼로 출루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다음 타석부터 집중력이 대단했다. 김하성은 3-1로 앞선 3회 1사 1,3루에서 좌익수 방면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좌익수가 낙구 위치를 잘 잡지 못했을 정도로 빠른 타구였다. 3루 주자도 안타를 확신하고 홈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정도였다. 그러나 좌익수가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아냈다.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올렸다.
우왕좌왕하던 좌익수가 몸을 날려 잡는 탓에 정확한 판정은 어려웠지만, 느린 그림으로 보면 글러브에 들어가기 전 그라운드에 맞지 않았느냐는 말도 나왔다. 물론 챌린지가 없는 시범경기에서 그냥 넘어갔다. 안타 하나를 잃은 건 아쉽지만, 그래도 날카로운 타격을 해 1타점을 올렸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을 놀라게 한 건 마지막 타석이었다. 5회였다. 김하성은 시애틀 두 번째 투수 오스틴 보트를 상대로 우전 안타를 때려 자발라를 3루까지 보냈다. 긴 승부 끝에 1‧2루간을 뚫는 안타를 쳤다. 그 과정이 놀라웠다. 무려 12구 승부를 벌였다.
지역 유력 매체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이날 경기 후 '김하성은 이날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그의 안타는 공 8개를 연속 파울로 만든 뒤 12구째 공에서 나왔다'고 놀라워하면서 '김하성은 올 봄 (시범경기에서) 타율 0.350(20타수 7안타)을 기록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사실 시범경기에서 12구 끈질긴 승부를 벌이는 경우가 많지 않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에 들어가도 12구 승부는 거의 없다. 김하성도 보트의 공을 정확하게 공략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삼진을 당하지 않고 팀 배팅으로 주자를 진루시키겠다는 명확한 목적 속에 이번 타석에 임한 것이다. 시범경기라 아무래도 정규시즌보다는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김하성의 눈빛은 이글거렸다. 결국 우전 안타를 만들어 기어이 기록지에 안타 하나를 새긴 채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그런 김하성의 끈질긴 승부를 칭찬한 것이다.
사실 샌디에이고 타선은 화려하고, 장타를 펑펑 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공격적이다. 어떨 때는 이런 성향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그래서 이들이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다. 다만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혀야 할 때는 허무하게 끝나기도 한다. 그러나 김하성의 성향은 완전히 반대다. 초구는 웬만한 확신이 없다면 치지 않는다. 대신 차분하게 공을 보며 상대 투수를 괴롭힌다.
실제 김하성의 볼넷 개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김하성은 2021년 전체 타석 대비 볼넷 비율은 7.4%로 리그 평균 아래였다. 그러나 2022년에는 8.8%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12%까지 오르며 비약적인 상승을 이뤄냈다.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공을 걷어내려고 노력하는 김하성의 끈질김은 펫코파크의 팬들이 그를 사랑하는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을 시범경기까지 이어 갔으니 현지 언론도 놀라고 또 대견하게 보는 건 당연했다. 김하성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메이저리그의 스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알고 초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범경기에서의 12구 승부와 8연속 파울은 이를 상징하는 장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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