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 키워 247억 벌고, 또 신인지명권 수집…이 팀, 색깔 확실하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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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5 08:58
"선수들을 위해 (돈을) 더 많이 써 줬으면 좋겠어요."
올겨울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외야수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에 남긴 말이다. 이정후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85억원) 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1, 보스턴 레드삭스)가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 야수 역대 최고액 5년 9000만 달러(약 1183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이정후 덕분에 원소속팀 키움은 덩달아 큰돈을 벌었다. 이정후가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샌프란시스코는 규정에 따라 키움에 포스팅 비용으로 1882만5000달러(약 247억원)를 지급해야 한다. 키움은 이정후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를 잘 발굴하고, 선점한 덕분에 돈방석에 앉았다. 이정후에 앞서 김하성(29,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박병호(38, kt 위즈), 강정호(37, 은퇴) 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도 키움은 꽤 쏠쏠하게 포스팅 비용을 챙겼다. 위 4명을 통틀어 키움은 4220만2015달러(약 554억원)를 벌었다.
이정후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포스팅 비용을 확인한 뒤 "선수들을 위해 더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더 많은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키움에 당부했다. 지원에 담긴 의미는 다양하겠지만, FA 영입을 비롯한 전력 보강과 연봉 대우, 시설 및 장비 지원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키움은 일단 FA 시장에서는 돈을 쓰지 않고 있다. 오히려 돈을 벌었다. 내부 FA는 투수 임창민(39)과 포수 이지영(38) 둘뿐이었다. 두 선수 모두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고, 지난해 활약도 좋았으나 키움의 육성 기조에는 맞지 않는 선수들이었다. 키움은 과감히 두 선수와 계약을 포기했고, 임창민은 삼성 라이온즈, 이지영은 SSG 랜더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FA C등급인 임창민은 키움에 보상금(지난해 연봉의 150%) 1억5000만원을 남기고 떠났고, 이지영은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이적하면서 키움에 현금 2억5000만원과 2025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선물했다. FA 2명을 떠나보내면서 현금 총 4억원과 신인 지명권 1장만 챙겼다.
미래와 육성에 집중하는 팀 색깔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일단 또 신인 지명권을 추가로 수집했다. 키움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무려 14명을 지명했다. 전면드래프트로 구단마다 1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 지명권이 주어지는데, 키움은 트레이드 보상으로만 신인 지명권 3장을 더 챙겼다. 2022년 11월 포수 주효상을 KIA 타이거즈에 내주면서 2024년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고, 지난해 4월에는 투수 김태훈을 삼성 라이온즈에 내줄 때 내야수 이원석과 2024년 신인 3라운드 지명권까지 야무지게 챙겼다. 지난해 7월에는 우승에 사활을 건 LG 트윈스에 선발투수 최원태를 내주고 유망주 이주형과 김동규, 2024년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키움의 3차례 트레이드는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라운드마다 2명씩, 총 6명을 뽑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 키움은 1라운드에 투수 전준표와 김윤하, 2라운드에 내야수 이재상과 투수 손현기, 3라운드에 투수 이우현과 김연주를 지명했다. 일단 이들의 미래에 더 투자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키움은 지난해 58승83패3무로 10위에 그치긴 했지만, 육성 중심 전략을 탓할 수만도 없다. 이제는 다른 구단도 키움의 육성 전략을 인정하고 있다. 팀에서 한 포지션을 10년 이상 차지한 베테랑이 없는 수준이니 신인급 선수들에게 키움은 기회가 너무도 많은 땅이다. 게다가 원석을 골라내는 눈도 좋은 편이다. 유망주들이 조금만 기량을 펼치면 다른 구단보다는 쉽게 1군에서 뛸 기회가 주어진다. 이정후와 함께 차기 메이저리거로 꼽히는 내야수 김혜성, 투수 안우진 등이 그렇다. 김혜성은 23살 시즌인 2022년부터 2년 연속 2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안우진은 23살 시즌이었던 2022년부터 키움에서 외국인 투수까지 밀어내는 부동의 1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안우진은 2022년 내로라하는 리그 외국인 에이스를 다 꺾고 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미래에 더 무게를 두는 키움의 전략이 마냥 비판할 수 없는 이유가 이런 데 있다.
당연히 가성비도 좋다. 키움은 2023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 순위에서 64억5200만원으로 10위에 머물렀다. 샐러리캡 상한액 114억2638만원 대비 무려 49억7438억원을 아꼈다. 두산, SSG, LG, 롯데, 삼성, NC 등 6개 구단이 100억원을 넘겼고, 9위 한화도 85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이정후가 "선수들을 위해 더 써 달라"는 당부를 남긴 배경일 텐데, 주축 선수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저연차 어린 선수들이니 연봉 총합을 여기서 더 높이려야 높일 수도 없다.
키움은 당장 베테랑 선수들이 빠진 자리가 급해 보이지도 않는다. 포수는 지난해처럼 올해 20살인 김동헌을 주전으로 내세울 듯하다. 다른 팀이라면 누굴 백업으로 영입할지 고민하겠지만, 키움의 지금까지 전략대로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김동헌을 주전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부담을 감당하는 건 선수의 몫이다. 불펜에는 과거 마무리투수로 통산 82세이브를 챙겼던 조상우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이정후가 빠진 자리는 LG에서 데려온 이주형이 지난해부터 벌써 '제2의 이정후'로 불릴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주형은 지난해 키움에서 뛴 51경기에서 타율 0.330(200타수 66안타), 6홈런, 34타점, OPS 0.911 맹타를 휘두르며 왜 LG 팬들이 눈물을 흘리며 보냈는지 증명했다.
키움은 이정후급 선수가 빠져도 평온하다. 그들이 해온 방식으로 대체자를 찾아놨고, 또 어린 선수들이 무한 경쟁할 수 있게 판을 깔아줬다. 국가대표까지 지낸 베테랑 포수 이지영을 아까워하는 대신 2025년 신인 지명권을 또 12장까지 늘려놨다. 올해는 신인 지명권을 여기서 몇 장이나 더 추가할지 궁금할 정도다. 키움 팀 색깔, 정말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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